5일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의 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사건을 기각했다.
강씨는 지난해 7월 9일 경기도 광주시 자신의 집 2층 방 안 침대에서 술에 취해 잠든 A씨를 뒤에서 껴안아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A씨가 놀라 피하자 옆에서 자고 있던 B씨를 강간한 혐의도 있다.
당초 강씨는 준강간 혐의는 인정했지만, 준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며 다퉈왔다. 강씨 측은 A씨가 범행 시각으로 추정되는 시점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준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항거불능의 상태라는 점을 강씨가 이용해야 했는데, 그러한 상태인지 충분한 입증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1심은 범행 추정 시간인 오후 8시 18분~46분 사이인 8시 30분쯤 A씨가 자신의 지인에게 “알지”라는 카톡을 보낸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렇게 매우 짧은 답문 형태의 메시지는 잠에서 일시적으로 깨어나 몽롱한 상태에서도 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만약 A씨가 잠에서 깬 상태였다면 즉각 대응했을 텐데 추행을 당한 후에야 강씨를 피해 침대에서 내려온 점을 보면 A씨는 술에 취한 채 잠이 들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1심은 “피해자들이 피고인과 직접적인 고용 관계에 있지는 않지만 업무적 연관성이 있는 사람들이고, 수치심과 고통 이외에도 사회생활에 입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다만 강씨 역시 술을 많이 마셔 사리 분별능력이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며 합의했다는 점이 반영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강씨 측은 A씨의 진술이 처음과 달라진 점을 지적하며 추행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다시금 맞섰다. 하지만 2심 재판부도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잠에서 깼을 당시 강씨가 속옷을 벗은 채 추행하고 있었다는 범행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진술해왔기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 해서 A씨의 말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또 A씨의 생리대에서 강씨의 DNA가 검출된 것을 보면 그가 생리대 자체를 만졌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2심은 “술에 취해 잠이 들어 항거불능 상태인 A씨를 추행하고, 마찬가지로 항거불능 상태인 B씨를 강간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강씨가 A씨에 대한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강씨가 B씨에 대한 준강간 범행은 인정하고 있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강씨 측이 대법원에 상고한 이후 준강간 혐의도 부인하는 취지의 기사가 나왔다. 강씨 측 변호사는 “B씨의 신체에서 강씨의 정액이나 쿠퍼액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의 생리대에서 강씨의 DNA가 발견된 데 관해서는 “A씨가 샤워 후 강씨의 의류와 물건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DNA가 옮겨간 것 같다”고 추측했다.
대법원은 강씨가 준강간 혐의는 이미 인정했으므로 다루지 않았다. 준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생리대에서 DNA가 발견된 것을 가장 중요하게 봤다. 또 A씨가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범행 당시 강씨의 행동, 피해자가 느낀 감정, 추행 직후 잠에서 깨 인식한 상황과 그에 대한 대처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점도 강씨가 강제추행했다는 걸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피해자가 사후에 강씨로부터 고액의 합의금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렵다”며 “준강제추행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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